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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 트레일러 소설 괴물사냥꾼의 마지막 기록 (2)

33 2018.05.07 15:48

짧은주소

본문

 해질 무렵 보일 기사 연합국에 있는 한 명예의 검 사무실. 

쾅!

“오랜만!”

 

 명백히 나무문이 견딜 수 없는 소리가 나고 아스칸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문은 비쌈과 튼튼함을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회사답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뒤로 파르가 들어오며 천천히 문을 닫았다. 문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휴식 중.’으로 바꿔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10년 만이네요. 무단침입자.”

“너무하네. 10년 만에 본 언니에게 할 말이 그거뿐이냐?” 

 

 청은발의 단정한 의복을 차려입은 엘프 사원이 커다란 나무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사원은 격무와 야근에 시달리는 걸 증명하듯 파르보다 짙은 기미를 달고 있다.

 

“괴물을 너무 많이 사냥하다보니 글자도 잊으셨나요. 문 앞에 표지판에 문을 발로 차라고 적어놓은 기억은 없습니다만. 그것도 아니라면 벌써 사리분별이 안될 만큼 나이를 드신 건지, 가여운 언니를 위해 치매 예방 상품이라도 알아봐 드릴까요?”

 

 작정하고 속을 긁어 대는 나무뿌리어에도 아스칸은 흘려들으며 손님 접대용으로 보이는 푹신한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하는 행동이 돈 받으러 온 사채업자.’ 이런 생각을 하던 파르는 괜히 한 대 맞을까봐 입을 다물었다. 은발의 엘프는 한숨을 쉬더니  아스칸과 마주 앉았다. 

 

“언제부터 명예의 검이 그런 상품도 취급했냐? 아, 저기 우두커니 서있는 녀석은 내 종자 겸 제자 비스무리 한 거다. 사수가 목표니 미래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지.”

“난 이곳 지부장 바루네피멜 아레라고 해. 잘 부탁해 미래의 고객님.”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공용어로 자기소개를 한 아레를 보던 파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몇 초 후. 난처해하면서 공용어로 천천히 말 하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바루네피멜, 파르 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구나...?”

 

 아레는 이게 무슨 타라스크 풀 뜯어먹는 소리 하냐는 표정으로 아스칸을 봤다. 급격히 돌아간 고개에서 ‘뚜둑’ 소리가 들렸다. 진정이라도 하려는지 탁자에 있던 물을 들이키자, 그걸 모습을 보던 아스칸은 양 손을 깍지를 끼며 쭈뼛거리다가 딴 곳을 쳐다보면서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파르...내 애야.”

푸웁!

 명백히 노린 타이밍에 아레는 물을 뿜을 뻔 했지만, 근처에 서류가 있는 걸 알고 급히 고개를 돌려 물을 삼키며 참사를 막고. 아스칸이 즐겁다는 듯 유쾌하게 웃자 아레는 쏘아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아스칸의 주름진 손을 보고 말을 바꿨다.

 

“장난이라도 치려고 오신건가요? 하지만 언니는 이미 후계자를...”

“병으로 죽었어. 그래서 다시 찾아서 데리러 온 거야.”

 아레가 파르를 보며 의문스럽게 무언가 말하려고 하자 아스칸이 물통을 집으면서 끊었다. 명백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제스처에 아레는 크게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아스칸은 술을 한참을 들이키더니 파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성을 준다고 했을 때, 너무 대충설명 한 것 같아서 말야. 좀 급했거든.”

 

 파르는 바로 긍정하려다가 괜히 한 대 맞을까봐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주겠다는 것도 반 정도는 협박이었다는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무에 묶어놓은 상태로 머리에 즐겁게 먹던 사과를 올려놓고 사격 연습을 하면서 물어보는 데 누가 안 받겠다고 할까. 파르는 화살 두 발이 머리 양 옆에 박힐 때까지는 버텼지만, 아스칸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승낙했다.

 

“귀찮아서였겠죠.”

“그래, 그래. 귀찮아서! 그랬어.↓ 그러니 더 잘 알고 있는 여기 이 버릇없는 동생이 말해 줄 거야. 난 설명에 서투니까.”

 

 아레가 걸고 넘어졌지만 아스칸은 태연하게 무시하면서 오히려 일을 떠넘겼다. 아레의 질색하는 표정에 아스칸이 주름진 손을 흔들며 부탁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 파르는 책 한권을 꺼내들더니 차분하게 받아 적기 시작했다.

 

바루네피멜. 

 어느 망국의 인물로 엘프 추정, 성별불명의 인물. 어둠 속에서 적을 척살하는 저격수. 

 전쟁이 끝나고 고아원을 설립. 고아원에 남은 이들은 바루네피멜을 시조로 여기고 고아원을 하나의 가문으로 만듬. 100 여년동안 고아원으로서의 기능을 함. 가문의 규모가 커지고 이해관계에 얽매이기 시작하자 바루네피멜이 죽을 때 유언으로 가문의 해체를 선언. 그러면서 성을 버리지 않고 남은 이들에게는 규칙을 부여하고 사망. 

1. 세계가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평화롭게 할 것.

2. 생명의 가치를 숫자로 저울질하지 말 것.

3.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 한 명에겐 성을 물려줄 것.

...(후략)

 

 파르는 간결하게 기록만하다 몇 가지 규칙이 나오자 전부 받아 적었다. 설명이 끝나고 다른 친척들의 위치를 물어보거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얘기한 파르와 아레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짝짝

“자,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원래 목적인 주문서다. 마지막 가는 길에 너 승진시켜 주려고 가져왔지.”

 

 아스칸이 박수로 주변을 환기시키며 아레에게 구매희망 품목이 적힌 주문서를 건넸다. 받고 읽어가는 아레가 눈썹을 씽긋하며 읽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사냥에 쓰이는 올가미, 그물, 화살 등이지만 희귀하거나, 비싸거나 둘 중 하나다. 점점 읽어내려가던 아레는 1분 정도가 지나서야 주문을 확인했다.

 

“이거 맞으신 거죠?”

“물론.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가격이나 말해줘.”

 

 평범한 점원이었다면 바로 윗선을 불렀겠지만, 개인 사무실이 있을 정도의 꽤나 높은 직위에 있어 보인다. 아레는 탁자에서 가장 최근 무기와 금속 시세자료들을 꺼내 순식간에 분석한 뒤 문 수리비용까지 추가해서 청구했다. 그 때 문에서 긁는 소리가 나자 파르는 대금이 왔음을 알고 천천히 열어줬다.

크릉!

 문 너머로 무거워 보이는 주머니를 입에 물고 있는 서리늑대 칼파가 잽싸게 뛰어나와 돈주머니를 아스칸의 옆에 내려놓고 파르한테 들러붙었다. 파르는 칭찬의 의미로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대금은 여기 가져왔어. 라인메탈 쇠사슬과 보일 금화로 이정도. 생각보다 남지만 어차피 남은 돈은 있으니까 그냥 다 받아.”

“모루 삼촌은 죽었나요?”

“아니. 강철의 수도사가 되어 있더라고. 돌려주고 갔더니 필요 없다고 해서. 그리고 성도 이미 넘겼데.”

 

 사슬 주인이었던 친척의 이야기에 파르는 귀를 기울이다가. 스승이 요 몇 주간 그리폰을 타고 어디에 다녀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승이 생각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감이 오기 시작한 파르는 슬며시 자리 떠서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두 자매의 마지막 밤은 깊어져 갔다.

 

 

 

맞춤법 틀린거나 설정오류 문맥이상, 어색함, 개인감상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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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인간님의 댓글

문 넘어로가 아니라 너머로 아닌가요

샤덴프로이데님의 댓글

알려주셔서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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