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접속자 2
  • FAQ
  • 1:1문의
  • 새글
  • 추천 태그

아카샤 소설 게시판

  • Home
  • 서드파티ThirdParty
  • 아카샤 소설 게시판
LOGIN
사이드 메뉴
Ranking

    출력할 랭킹이 없습니다.

  • 01 지즐링
    2,173
  • 02 김인간
    2,084
  • 03 령하
    1,781
  • 04 샤덴프로이데
    1,419
  • 05 코챠
    1,002
  • 06 착한마그로프
    908
  • 07 미루
    822
  • 08 막짱이
    766
  • 09 플레이어
    550
  • 10 파장
    433
  • 01 김인간
    18,028
  • 02 LAGtime
    14,608
  • 03 지즐링
    11,712
  • 04 샤덴프로이데
    10,839
  • 05 령하
    7,856
  • 06 막짱이
    7,811
  • 07 착한마그로프
    4,708
  • 08 코챠
    4,266
  • 09 플레이어
    3,971
  • 10 해므
    3,791

[무씽 트레일러 소설 2] 가문의 자격

26 2018.09.23 18:47

짧은주소

본문

이것들은 먼 옛날, 내 기억 한 켠에 밖아두고 등 돌렸던 이야기다.
어느 날 13살의 나는 스승님의 무릎 위에 앉아 한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어째서인지 목을 훤히 드러내놓고, 스승님은 그런 나의 맨 목 위에 뭔가를 세겨넣고 있었다. 그 아른한 기억 속에서도 선명한 기억이 있다면 딱 두 가지, 내 맨 살에 닿는 얇고 단단한 바늘이 드나들며 느껴지는 차가운 아픔, 그리고 스승님이 들려주시는 머언 옛날에 악을 몰아냈다는 한 신선님의 이야기.

 


"우리 쭈(朱)가문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다. 무림지방에 막 신선들이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 때, 붉은 눈을 가진 바람에 능통한 신선이 하나 있었다. 그 신선은 귀황국의 한 평야에 자리잡아 평야의 인간들에게 가르침을 주며 인간들에게 도술을 가르쳐주며 도술을 무림지방의 땅에 멀리 퍼트리는 데 일조한 많은 신선들 중 하나였다. 그는 자신이 내려온 평야에서 한 인간과 혼인을 하고... 그렇게 자신의 자식들과 제자들에게 도술을 전파하며 평화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지. 그러나 어느 날, 그 평화는 얼마안가 깨지고 만다.
"왜요?"
끝까지 들어라. 라는 스승님의 타박과 함께 바늘이 또 내 목덜미 어딘가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는 무심결에 작게 아얏 소리를 내곤 계속 스승님의 무겁고도 고요한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한 교만한 여신선이... 그래, 눈이 붉고 불의 도술을 쓰는 교만한 여신선이 우리 조상 신선이 사는 땅에 들어왔다. 오만방자한 그녀는 세상의 지맥을 멋데로 주무르기 위해 인간세상을 침범하였고, 우리의 조상 신선은 그를 막기위해 그 여신선과 필사적으로 맞섰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조상 신선에게 제압당하여 저주를 받고 선계에서 쫒겨나게 되었지. 그렇게 평야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그의 후손들은 그의 뜻을 이어받아 지금까지도 아카샤에 이로운 도술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명을 이어받게 되었다... 뭐, 그런 뻔한 이야기지."
"그럼 그 쫒겨났다는 여신선은요?"
"여신선?"
스승님은 나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여신선은... 자신의 힘을 봉인당한 채 선계에서 쫒겨나... 한 야산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 그녀가 받았다는 저주는... 현생과 환생을 주변에게 미움받으며 사는 인간으로 살면서, 인간세상에서 선행을 하며 덕을 쌓지 못하면 선계로 돌아갈 수 없다... 였다지."
그 말을 마치고나서, 스승님은 바늘을 다루는 손이 조금 느려지더니 나지막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다 전설일 뿐이다. 그깟 알량한 전설로 가문의 위상을 높이려는, 가문의 어느 허풍쟁이가 부풀린 그런 뻔하다 뻔한 전설이란 말이다."
"...전부 다요? 그럼... 스승님네 조상 할아버지께서 거짓말을 하셨다는 건가요?"
내 물음에 스승님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섞인 목소리로 낮게 내게 말했다.
"뻔한 것 아니겠느냐. 그깟 가문의 영광이니 적이니, 이런 허황된 말로 일족을 모두 벼슬길에 세우고 평생 핏줄로 부귀영화나 일구려는 어른의 속셈 이겠지. 그런 주제에 여식들은 도력이 남정네보다 달리다니 뭐니 하면서 멸시나 하는 주제에 말이지."
"...."
스승님은 한숨을 크게 푹 내쉬더니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나직하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널 그렇게 죽어라 수련 시키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겠느냐? 너와 나는 절대 그런 가문의 썩어빠진 사고방식에 갇혀선 안된다. 가문의 어른들에게 알려줘야 해. 그런 고리타분한 위상으로 절대 가문이 이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히려 가문을 기울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보여줘야 한다."
"...저희가요?"
"...그래."
스승님은 내 목덜미에 바늘 자국을 빼곡히 수놓던 손을 멈추고 나를 뒤돌아서 스승님을 볼 수 있게 앉힌 다음, 나를 지긋이 보며 웃음지으며 말했다.
"네가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와준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넌 나의 하나밖에 없는 홍연의 제자니까."
"...."
내가 가만히 스승님을 조금은 주눅 든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있자, 스승님은 내 오른쪽 귓바퀴에 걸린 붉은 매듭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내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명심하거라 무씽. 네가 나에게 도술사명을 받고 이 붉은 매듭 귀걸이를 찬 그 순간부터, 우린 운명공동체인 것 이다. 우린 답을 찾아야만 해. 가문의 이름 따위에 기대지않고 오로지 우리의 앞날을 위한 답을."
"...네... 스승님."
스승님의 무겁고도 진솔한 어투에 나는 위축된 표정으로 스승님께 말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스승님은 피식 웃더니 내게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말거라. 그러니 내가 지금 너에게 조금 특별한 '기'를 불어넣을 생각이니까. 실험의 일환일 뿐이지만..."
"특별한... 기요?"
"그래."
그리고 스승님은 나의 목덜미에 당신의 손을 얹으며 속삮였다.
"눈을 뜨면 넌 좀 더 단단하고 성실한 아이가 되어있을 지도 모르지."

 

 


눈을 뜨니 나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고, 책상 위엔 봉인 연습을 위해 붓글씨를 휘갈긴 종이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해는 벌써 저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산 능선을 타고 말갛게 떠오르고 있는 중 이였다. 점점 밝아오르는 햇빛은 내 방 창문을 넘어서 이제는 내 허리 밑까지 길어져 버린 까맣고 곱슬한 내 머리카락과 내 책상 위의 책들과 종잇조각, 그리고 안경을 벗지도 못한 채 잠들어서 한쪽으로 눌러진 내 얼굴을 따사롭게 훑고 있었다.

오늘은 드디어 스승님 가문의 인정 시험을 받는 날. 이 인정 시험에 통과하면 나는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쭈의 성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정식으로 쭈(朱) 가문의 사람이 되고, 도술에 정진하며 덕을 쌓는다면 가문의 전설대로 나와 스승님은 신선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 설령 쭈 가문의 직계 상속자가 아닐지라도.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세수를 한 뒤, 유모의 도움을 받아 스승님이 골라오신 화려하고도 하늘하늘한 비단옷을 차려입었다. 그런 다음 유모는 허리 밑까지 길게 늘어뜨린 내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땋아 올려묶어 주었다. 스승님께 도술사명을 받은 이래로 계속 길려왔던 머리카락이다. 스승님께 그 날의 다짐을 받은 이 후, 나는 쭈 가문의 사람이 되기 전까지 이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완전히 전수받을 때까지 스승님의 집에서 얌전히 스승님의 일을 도우며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왔다. 오로지 스승님의 바라는 이상을 위해. 나는 떨리는 두 손을 이내 꽉 쥐며 조용히 마루밖으로 나섰다. 반드시 가문 인정 시험에 합격하여 오늘 이후로 이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게 하리라. 스승님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스승님의 미래를 위해서.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나는 스승님과 쭈 가문의 본가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탔다.

 

 

 


"허 참... 도술 다루는 솜씨는 괜찮은 데..."
"응용은 둘째치고 가문에 필적할만한 도력이 너무 부족하군. 거기다 단단한 또한 부족하고..."
"이거야 원... 이래서는 겉만 화려한 '미완성품' 아닌가?"
"뭐, 어쩌겠나. 여식의 도술로는 제 아무리 잘 가르쳐도 그저 도술 좀 쓰는 평민 정도의 수준인 거 겠지."
"이래선 가문 입적은... 유감스럽게 됐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웅성웅성, 소근소근, 힐끔힐끔.
나와 스승님을 바라보는 가문의 어른들의 눈빛이 그닥 좋지 못하다. 가문의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스승님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시험장 가운데에서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자 시험장 속의 수근거림 대신 스승님이 그동안 나에게 호통치던 소리가 머릿속에 징징 울려왔다.
'이것도 못 외워서야 어디 도술 한 번 제대로 쓰겠느냐!'
그 동안 열심히 외워왔는 데.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냐? 어머님께 미안하지도 않은게야?'
그 동안 열심히 참아왔는 데.
'내 기대를 저버리지 말거라.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넌 내가 우리 가문으로 입적시켜 줄테니까.'
그 동안 열심히 노력했는 데. 결국,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해서... 다수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 재능이 아쉽긴하나 저우 무씽의 가문 입적은 불합으로 하겠다."
쭈 가문의 우두머리 분의 목소리가 한 순간 조용해진 시험장에 엄숙하게 울려퍼졌다.
내 지나간 모든 시간이 한순간에 내 손에서 달아나 어디론가 흩어져버린 것 같은 설움과 허무함 만이 백짓장이 되어버린 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말 해줄 수 없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한 지금의 내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심한 꼴로 멍하니 서 있는 내 모습을 가슴속으로 미워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나와 스승님, 그리고 유모 중 아무도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입이 열 개 라도 할 말이 없다. 스승님의 기대 중 한가닥이 나 하나 때문에 끊어졌으니까.

 


그 뒤로도 스승님은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칭찬도, 아무런 야단도, 아무런 기대도 주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진전도 없이 우리 둘의 거리는 그저 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런 거리에서 멈췄던 것 같다.

그로부터 1년 뒤, 나는 13년동안 살아왔던 스승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무씽 트레일러 소설 2] 가문의 자격 끝_

1
좋아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Note: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무분별한 댓글, 욕설, 비방 등을 삼가하여 주세요.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