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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소용돌이

48 2018.09.15 19:19

짧은주소

본문

과거. 모야미토 가문이 멸망하기 전. 사쿠라제도 호시마을. 

 이 마을을 관리하는 다이묘우즈킨 쥬신는 오늘도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는 소매에 있는 가문의 문양을 뜻하는 황금 소용돌이가 달팽이처럼 보이자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겨우 다잡았다.

 

"그러니까! 그 쪽 사금의 생산량의 조금만 양보해주시면 병사들을 더 사금채취에 투입을..."

"금광은 어차피 말라가지 않습니까. 사금 쪽으로 사람을 더 투입해야..."

 

  가신들이 마을에 있는 금광과 사금에서 나오는 금들을 두고 싸우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가뜩이나 벗겨진 머리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탈모가 가속화되고있었다. 차라리 그것만 있으면  났다. 

 

"그러길래 진작에 도쿠가 가문에 동맹을 했으면 이런 정보부족도 없을 것 아닙니까."

"지금은 모야미토 가문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우즈킨 가문은 자금은 있으나 역사도 짧고 가진 영토도 적다.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닌자의 양성도 뒤쳐지는 편이다. 이에 따른 결과로 어느 가문에 동맹을제의할지 어느 가문에 지원을 할지 같은 외교문제에서는 옥신각신하는 꼴이다. 전대가주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전까지는 겉으로나마 통일되었고, 가문도 괜찮은 처세술로 줄타기를 해냈다. 

 하지만 쥬신이 계승하고 가주로서 우유부단하게 처신하여 가문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자. 가신들은 욕심들을 채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제 욕심을 말하던 가신들은 쥬신이 품에서 꺼낸 종 하나를 흔들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중년의 여인이 들어왔다.

 

"정말...뭣들 하시는 겁니까. 죽은 남편이 아주 좋아라 하겠네요."

 

 우즈키노 제죠. 죽은 남편의 아내이자 가문에서 제대로 활동하는 원로들 중 가장 높은 연배이다. 상당히 나이가 있어보이는 그녀는 회의를 하던 탁자위로 툭. 무언가를 던졌다. 

 

"이...이게 대체?"

"보면 모릅니까. 가문의 내부까지 타 가문의 닌자가 돌아다닐 정도로 정신머리들이 나갔으니 그럴만도 하군요. 잡아놨으니 알아서 하세요."

 

 그건 다른 가문의 문양이 있는 사람의 피부였다. 닌자들이 신분을 확인할 때 쓰는 수단이기도 하다.

 

"가주는 죽었고, 가문은 흔들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아귀다툼만 하다보면 반드시 멸망할겁니다. 금광이라는 행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걸 보고 싶진 않군요."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쥬신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제죠를 찾아갔다. 그녀는 시종의 도움도 없는 상태에서 짐을 싸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도 한 가문의 사람이 아닌 낡은 제도주민의 복식이다.

 

"어머니마저 어디론가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남편도 죽고, 너는 우유부단하지 않느냐. 나는 마을로 내려가 죽은 듯 살테니 너도 살고 싶다면 제대로 의견을 표하던가, 다 버리고 잠적하던가 해라."

"그러면 다음 가주는...그 녀석 밖에 없잖습니까."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만 그 녀석이 왔다. 

"그 녀석이라니요. 말씀이 심하십니다 쥬신씨."

 

  3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니는 맑은 눈의 검사다. 그 중 한자루는 제도에서 보기힘든 보일제 장검이다. 마을에서는 검을 살아있는 것처럼 대하기에 미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도는 동생. 가문의 평판은 '요괴퇴치에 탁월한 실력을 보이나 손속이 지나치게 과하다.'

 

"...병사들은 어쩌고, 요괴퇴치하러 가야하는 게 아니었는가?"

"그냥 감으로 와봤습니다. 아...제죠님도 계셨군요. 여행이라도 가시나봅니다?"

"마을로 내려가서 아이들이나 가르치련다...봐둔 녀석도 있고."

"...저는 더 안 가르쳐주십니까?"

"다 배워놓고 능구렁이처럼 왜 그러느냐. 징그럽게."

"사키에님!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밖에서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자 검사는 후다닥 달려나갔다. 달려나가는 검사를 보면서 제죠는 발걸음이 확실히 멀어지자 나지막하게 쥬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가주님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 아이는 칼 같은 아이입니다. 가주님이 신뢰하고 멀리하지 않는다면 분명 힘이 되줄 것이나 천성이 잔인하니 조심하도록 하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하지만."

'어렸을적부터 병약해서 너무 어리광을 받아줘버렸더니 이렇게 자랄 줄은...하지만 지금은 후계 양성이 급해.'

"그렇게 우물쭈물 하지 마십시오. 가문의 원로로서 붙잡으시던가, 어미의 뜻을 존중해서 보내주던가 하세요."

"그렇다면...가끔 찾아뵙겠습니다. 몸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쥬신은 보낸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이 무슨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이 날, 호시마을을 다스리던 우즈킨 가문의 전 가주의 아내가 병으로 죽었다는 소문과 함께 우즈키 제죠는 공식적으로 죽었다. 

 

 

몇 시간 후 사키에가 요괴퇴치를 나선 곳. 호시마을의 시오신사 입구 근처

 

탕!...탕!...탕!

 

"------!"

 

 

 60명의 병사들이 조총으로 거대한 거미 요괴를 반원으로 포위한 상태로 쏴대고 있다. 10발에 한 발은 대조총으로 요괴 신체를 상당히 날리는 편이지만 비정상적인 속도로 재생해서 움직임을 막는 게 고작이다. 사격을 마친 병사들은 기가 질린다는 듯 요괴를 보며 떨리는 손으로 장전을 한다.

 

"뭐이리 끈질겨. 이제 화약도 거의 떨어져가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튀어나오는데...신사에 꿀이라도 처 발라뒀나."

"1초에 한발은 처 맞는데 아직도 버텨?"

 

 지휘하던 사무라이가 찌릿! 불평하던 병사를 노려보자 다시 장전작업에 몰두한다. 사무라이 옆에서 세 자루의 검을 찬 무사가 거미를 노려보고있다.

 

"...정말 재생력 하나는 무지막지하구만. 대조총 5발을 동시 사격하고 사격중지."

 

 무사의 말은 사무라이들에게 전파되고, 사무라이들은 다시 휘하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대조총 5발이 동시에 불을 뿜는 동시에 무사는 눈깜빡하는 사이에 거미의 목을 베어냈다. 중간동작이 안 보일 정도의 신속함.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한 순간 사무라이들이 무사에게 조심하라 소리친다. 목이 날아가고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요괴의 다리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무사의 왼팔과 오른발을 베어버리면서 요괴퇴치는 끝났다. 

 

 무사가 가문으로 실려가고 거미의 잔해역시 회수되었다. 몇 시간 후. 쥬신은 검은 옷을 입은 닌자 기무로부터 오늘의 두번 째 비보를 들어야했다.  

 

"사키에는 어떤가."

"요괴 신체부위의 이식이 끝나고 발작 중이십니다. 1달 간은 제대로 활동은 커녕 요력에 먹히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1달간 나올 요괴의 예상 수와 요괴퇴치가 가능한 인원은?"

"용맥분출지형을 신사를 지음으로서 숨겼다하더라도 육감으로 행동하는 요괴의 특성을 감안하면 최소 5~12마리입니다. 거기에 병사들을 지휘하며 요괴를 상대할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인물은..."

"타 가문의 영역에 파견된 상급닌자들 중 최소 두 명을 복귀시키지 않는 이상 힘들겠지."

"아와지의 결계같은 요괴를 물리는 결계를 펼칠 수 있는 인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험가들을 고용하는 걸로 사키에가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걸로 넘기겠네."

 

 다음 날 사키에의 부상으로 요괴퇴치를 할만한 인물로 모험가들을 고용한다는 말에 가신들은 크게 반발했다. 조금이라도 금을 나눠주기 싫다는 욕심, 모험가들을 고용함으로서 타 가문에 정보가 누설될지도 모르는 불안. 여러 이유로 반대가 나왔지만 쥬신은 평소와는 달리 강경하게 입장을 고수한다.

 

"그렇다면 사키에를 대신해서 대신 요괴퇴치를 전담해주실 분이 나와주신다면 모험가들에게 지불될 보수를 따로 드리겠습니다. 아? 사키에처럼 부상을 입더라도 노후는 책임져 드릴테니 걱정마세요."

 

 쥬신의 이 한마디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금광을 관리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요괴퇴치를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죽음이라는 위험이 훨씬 크게 느껴진 탓이다.

 

"저도 이 일에는 찬성입니다. 지금 닌자들을 빼서 당장 요괴를 막는 데 쓴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겁니다. 다만 타 가문에 대한 정보를 전혀 입수할 수 없다는 위험을 감수하면 더 큰 불이 날지도 모릅니다."

 

 우즈킨 우라기리. 병약하고 창백한 피부에 실눈을 가진 가느다란 체격의 사내다. 제죠가 죽고 금광과 사금을 모두 총괄관리하는 쥬신의 사촌이다. 가문의 평판은 '건강이 좋진 않으나 비리를 저지르지도 않고, 공명정대하게 처신한다.' 쥬신의 생각으로는 속에 뭘 넣고 다니는지 모르는 능구렁이다. 우라기리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쥬신은 무슨 다른 생각이라도 있나 의심했다. 우라기리의 지지에 금광과 사금에 관심이 많은 가신들이 전부 찬성을 표하면서 회의는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당일 쥬신은 우라기리를 찾아갔다.

 

"왜 나를 도와준겁니까?"

"이렇게까지 강경하고 제대로 의견을 표하신 가주님을 보는 것을 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도 들어서 말이죠. 오늘도 어제처럼 가신들의 반대에 바로 우유부단하게 구셨으면 그냥 떠나려 했습니다만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어머님 덕분이지..."

"그 분께서도 가주님을 더 걱정하시지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쥬신이 감격스러워하며 우라기리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고맙다고하자 우라기리역시 손을 마주잡고 고맙다고하며 그 날 하루가 끝난다. 시간이흐르고 해가 떨어질 무렵 우라기리의 처소에 한 그림자가 숨어든다. 앞과 뒤의 복색이 모두 다른 색의 옷이다. 

 

"...모험가 연합으로 연락...사키에의 부상으로 생각보다 일이 쉽게...요괴들이 날뛰는 날 다음 날로 결행일을..."

"그나저나...왜 이렇게 도와주시는 겁니까?"

"...즐겁잖아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유지시켜준다는 조건이라면야 그 쪽에 붙는 편이 훨씬 유리할테니까."

 

 쥬신은 자신이 변해서 우라기리가 다르게 봐준다고 생각하고 의심을 어느정도 옅게 해놨으나 틀렸다. 우라기리가 쓰고 있는 일기장을 본다면 땅을 치면서 악수를하고 감격스러워 했던 자신을 몇번이고 매도했으리라. 일기장에는 이런 식으로 적혔다.

 

"똑같이 병약하게 태어나서, 똑같이 사랑 받았지만, 좋은 약재나 음식은 다 쥬신에게 퍼주셨죠. 그래요. 거기까진 그렇다 칩시다. 쥬신은 계승순위 1위였으니까. 오히려 자비를 베풀어 저에게 금광과 사금채취의 총괄관리의 기회를 준 전대 가주님께는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그 신뢰가 깨질 때...무슨 표정을 할지 저어어엉말 기대되네요."

 

 우라기리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웃음을 누구도 듣지 못한 채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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